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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샷, 편리함에 속아 저작권을 잊지 않았는가?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글, 영상, 사진 등을 게시한다. 거창한 심사를 거칠 필요 없이 콘텐츠가 생각나는 대로, 준비되는 대로 바로 올릴 수 있다. 업로드되는 즉시 비트 세계에 하나의 족적을 새기며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전시된 족적은 그 자리에서 타인들을 맞이한다. 게시자는 스크린 너머의 얼굴들이 세계 각지에 얼마나 골고루 퍼져 있을지 파악할 수 없다. 또한 인터넷에서는 게시, 수정, 삭제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언제 어디서나 발각될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모든 것이 기록된다. 사람들은 온전한 창작자로서만 활동하지는 않는다. 기존의 콘텐츠를 퍼오거나 가공하여 자신의 SNS 게시하곤 한다. ‘화면 캡쳐’ 기능은 프로그램과 콘텐츠의 활발한 공유에 기여하지만..
2020.06.08 09:28 -
[연재] 나를 키운 성장 소설 – 호밀밭의 파수꾼
호밀밭의 파수꾼을 다시 읽으며 몇 달 전에는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작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읽었다. 동네 도서관이 코로나 19의 여파로 휴관하기 전에 대출한 책이었으니 완독한 지도 벌써 한참이나 흘렀다. 내가 몇 개월 전에 읽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 책의 교훈이 특별히 나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이 아니다. 그 책이 나의 머릿속에 각인된 이유는 첫 번째로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한 명이 실제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를 모티프로 창작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기 때문에, 그리고 그 흥미 때문에 찾아본 실제 시인의 시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카프카는 “책은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 시는 동심에 대한 내 얼어붙은 기억을 깨부수는 글..
2020.07.15 15:56 -
여성 혐오 웹툰, "표현의 자유 아닌가요?"
기안84는 네이버 웹툰 ‘복학왕’에 여성이 남자 상사와의 성관계로 정직원 채용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그려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광어인간’ 편에서 봉지은이 인턴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깨부수고, 정직원에 합격했다. 40대 팀장은 자신이 회식을 계기로 봉지은과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했으며, 성관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전개가 여성혐오적 사고가 담긴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기안84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을 덮기 위한 사과문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성이 ‘귀여움’과 같은 성적 어필을 통해 이득을 보는 웹툰의 설정은 성별을 이유로..
2020.09.25 08:34 -
[연재] 나를 키운 성장소설 – 인간의 굴레에서
인생은 바칼로레아 시험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품게 될 때가 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그 해답을 알기 위해 옛 철학자들의 흔적을 쫓고 학식 높은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듣는 건지 모른다. 그런데 인생이란 수학 문제처럼 이렇다 정해진 답이 없다는 게 문제다. 프랑스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바칼로레아라는 논술 시험을 친다. 이 논술 시험은 인문, 사회, 자연과학 항목으로 나뉘며 그중 인문 계열에서 세분화된 철학시험은 프랑스 지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인식된단다. 몇 가지 흥미로워 보이는 시험 문제를 가져와 봤다. ‘불의를 느끼는 것이 정의를 알게 하는가?’ ‘대화가 진리에 이르는 길인가?’ ‘인간은 누군가에게 통치될 필요가 있는가?’ 우리나라 대입 시험에도 필수는 아니지만 철학 시험이 있..
2020.08.18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