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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산>, 아프니까 청춘이다?

특별 수록

by 대서 2020. 9. 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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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학수(박정민)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학수는 고향 변산을 떠나 서울로 상경하고, 10년 동안 각종 알바를 하면서 랩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무려 ‘쇼미더머니’에 6년간 도전하면서까지.) 그러던 와중, 고향 변산에서 온 연락 한 통.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그의 아버지는 건달이며 노름에 빠져 가족들은 항상 뒷전이었다. 그런 아버지의 외면 속에서 어머니는 암투병을 하다 세상을 떠나고, 경찰에 쫓기는 신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장례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들로 학수는 아버지를 증오하기 시작했다. 고향(변산)에 대한 증오감도 함께. 후에, 자신(학수)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아버지가 감방에 갔을 때라고 말할 만큼 말이다. 아마도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연락을 받고 달갑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고향으로 내려온 학수는 아픈 아버지와 재회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보이스피싱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변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아버지의 병간호를 시작하지만, 학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아버지와 부딪힌다. 아버지는 투병생활을 하며 학수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표현하고 사과하지만 학수는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러다, 아버지가 죽음에 임박했다는 소식을 선미(김고은)에게 듣게 되고. 마침내 오랜 시간 원망하고 증오하던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리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다다른다.


 학수는 자신이 괴롭혔던 동창(용대)의 운전기사까지 하면서 ‘양아치 꼬봉’짓을 하게 되며 가족, 친구들에게 부끄럽고 초라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을 못살게 구는 용대와의 진흙탕 싸움은 또 하나의 명장면이다. 이 부분은 찌질하지만 떳떳하고 용기있는 학수의 성격을 드러내며 웃음과 통쾌함을 준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학수가 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맞서서 이겨내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특히, 중간중간 bgm처럼 깔리는 학수의 랩은 학수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 그의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은 감동을 주기도 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학수에 대한 왠지모를 안타까움, 모성애가 느껴지게 하기도 한다. 이는 영화를 보면서 이제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을 준다.

 영화 <변산>은 학수의 아픔과 공허함 그러나 의미있는 성장을 담은 청춘영화이다. 하지만 ‘청춘이니까 뭐든 할 수 있어.’ 같은 무조건 희망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다. 학수는 그의 동창들(공무원, 미술 선생님 등)과 비교당하며 꿈을 무시당하기도 하고,  학창시절 자신이 괴롭혔던 동창에게 성인이 되어 괴롭힘 당하기도 하고. 꿈을 위해 도전한 쇼미더머니에선 6년째 탈락의 아픔을 겪기도 하면서 순탄치 않은, 거친 청춘을 지낸다.

 이렇듯 학수의 삶은 희망적이지 않다. 않았다. 학수가 변산에 다시 내려오기 전까지 말이다. 어쩌면, 오히려 학수는 변산에 내려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아파하기도 하고, '양아치꼬봉짓'을 하며 한심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러나 학수는 얻어터질지언정 주저앉고 포기하지 않는다. 조금은 찌질할지라도 학수만의 방식으로 결국은, 나름대로 이겨낸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너무나 익히 알려진 말이다. 그럼에도, 학수를 보면 이 말이 절실히 떠오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학수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단순히 '청춘이니 아픔을 감내해야 한다.'일까. 이 말의 의미는 저마다 해석하기 나름이다. 학수는 청춘이어서 도전을 무시당하고, 어른들에 의해 용서를 강요당한다. 우리의 청춘은 보호받아야 하고, 누군가를 의무감에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에게 상처를 내면서까지 타인을 배려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예쁘게 포장된 것이 아닌 투박하고 솔직한 학수라는 인물은 수많은 청춘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준다.

 

 

[대서 김승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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