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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과 편견 사이

특별 수록

by 대서 2020. 9. 21.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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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이 영화의 제목에는 물음표가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읽힐 것이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 좋아합니다. 팬은 아니고, 영화를 보고 호감이 생긴 정도지만 어쨌든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한다.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조인성을 써야겠다고.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조인성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간첩일 정도로 탑급 배우이고, 그녀는 상업 영화도 아닌 독립 영화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녀가 하는 행동에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게 된다.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조인성을 캐스팅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아는 감독에게 그와 연락이 닿게 해 달라고 부탁할 때에도. 그렇기 때문에 진짜 조인성에게 전화가 왔을 때 더욱 놀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판단을 하게 된다. 그건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조인성은 탑급 배우이고, 독립 영화 캐스팅 같은 것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어찌 보면 현실적인-판단을 내린다. 이는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 입시를 할 때, 혹은 취업 준비를 할 때에도 우리는 을 나눈다. 내가 어떻게 저런 곳을 가겠어, 혹은 쟤가 어떻게 저런 곳을 가겠어. 이는 어쩌면 하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 대학의 문턱도 못 넘을 것 같던 친구가 SNS에 합격증을 올리고,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것 같았던 사람이 매일 아침 사원증을 걸고 출근하는 일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아무리 현실에 입각한 판단일지라도 판단은 그저 우리의 머릿속 생각에 불과할 뿐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도 실제에 기반을 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주인공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실제로 조인성을 자신의 독립영화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이 영화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조인성은 노개런티로 목소리 출연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인성을 좋아하세요?'가 아닌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LOVE JO RIGHT NOW'라는 사랑스러운 제목을 붙인 것일 수도 있겠다. 편견을 이겨내고 한 번 질러본다면, 어쩌면 우리도 조인성과 통화를 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대서 장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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