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이 영화의 제목에는 물음표가 없음에도 자연스럽게 이렇게 읽힐 것이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그렇다면 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렇게 대답하겠지. 네, 좋아합니다. 팬은 아니고, 영화를 보고 호감이 생긴 정도지만 어쨌든 좋아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한다. 자신의 영화 주인공으로 조인성을 써야겠다고.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조인성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모르는 게 간첩일 정도로 탑급 배우이고, 그녀는 상업 영화도 아닌 독립 영화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녀가 하는 행동에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게 된다. 그녀가 주변 사람들에게 조인성을 캐스팅할 것이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아는 감독에게 그와 연락이 닿게 해 달라고 부탁할 때에도. 그렇기 때문에 진짜 조인성에게 전화가 왔을 때 더욱 놀라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판단을 하게 된다. 그건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를 보며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조인성은 탑급 배우이고, 독립 영화 캐스팅 같은 것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어찌 보면 현실적인-판단을 내린다. 이는 비단 연예인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대학 입시를 할 때, 혹은 취업 준비를 할 때에도 우리는 ‘급’을 나눈다. 내가 어떻게 저런 곳을 가겠어, 혹은 쟤가 어떻게 저런 곳을 가겠어. 이는 어쩌면 하나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 대학의 문턱도 못 넘을 것 같던 친구가 SNS에 합격증을 올리고, 1차 서류 심사에서 탈락할 것 같았던 사람이 매일 아침 사원증을 걸고 출근하는 일은 생각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아무리 현실에 입각한 판단일지라도 판단은 그저 우리의 머릿속 생각에 불과할 뿐이고,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이 영화의 경우에도 실제에 기반을 하고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주인공 역할을 연기한 배우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실제로 조인성을 자신의 독립영화에 출연시키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이 영화를 통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심지어 조인성은 노개런티로 목소리 출연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인성을 좋아하세요?'가 아닌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LOVE JO RIGHT NOW'라는 사랑스러운 제목을 붙인 것일 수도 있겠다. 편견을 이겨내고 한 번 질러본다면, 어쩌면 우리도 조인성과 통화를 하게 되는 기적이 일어날지도.
[대서 장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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