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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스 101, 조작된 결과

문화

by 대서 2020. 11. 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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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 18, Mnet '프로듀스 101' 투표 조작에 대한 항소심 첫 재판이 이루어졌다. 재판 끝에 안준영 PD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2년에 추징금 3700만 원을 선고했다. PD 측은 혐의와 관련된 사실들은 모두 인정하면서도, 사기의 고의성이 인정될 수 있는 부분인지 한 번 더 고려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사는 안 PD가 부정 청탁을 받으며 고가의 유흥 접대를 받았음에도 형이 가볍다며, 더 중한 형을 선고해달라고 반박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법 제109(과징금 부과 및 징수)에 따라 위반 행위의 내용 및 정도, 위반 행위의 기간 및 횟수를 고려해 과징금 액수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프로듀스 101 Mnet에서 방영한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50여 개 기획사에 소속된 연습생 101명이 서로 경쟁을 해서, 투표를 통해 선정된 11명만이 새로운 그룹으로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국민 프로듀서'를 내세우며 시청자가 만들어가는 아이돌이라는 독특한 콘셉트와 연습생들의 치열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 시즌 인기를 끌었다. '프로듀스101' 시즌 12, '프로듀스 48', '프듀X'까지 총 4 시즌이 진행되었으며 I.O.I, Wanna One, IZ*ONE, X1의 그룹이 탄생했다. 시리즈 전체에 대해 투표 조작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드러난 현재, 1년간 활동해 왔던 IZ*ONE, 막 활동을 시작하던 X1은 불현듯 휴업인 상태를 지속하게 되었으며, I.O.I Wanna One은 재결성이 어려워졌다. 2020 1 6, CJ ENM와 엑스원 각 소속사 관계자들이 소속사와 협의하였으나, 합의되지 않아 X1은 결국 해체를 발표했다. IZ*ONE은 합의가 이루어져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프로듀스 101 시즌 4'에서 투표 조작 논란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된 것은 허술한 조작 득표율 때문이었다. 조작으로 득표율을 정하고 그것에 전체 득표 수를 곱한 후 소수점 아래 첫 번째 자리에서 반올림하여 각 출연자 득표 수를 구하는 방법으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프로듀스 48과 프로듀스 X 101의 데뷔조 모두 작은 오차로 소수점 아래 두 번째 이하 자리가 모두 0인 득표율을 가진 점이 시청자들의 의심을 샀다. 특히 프로듀스 X의 경우, 참가자가 1%의 득표율 차이 내에서 경합하는 상황에서 출연자들 간의 득표율 차이가 같은 숫자인 경우가 관찰되었고, 이로 인해 시청자들이 조작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프로듀스 48의 경우에는 조작 득표율 단위가 0.01%였기 때문에 조작의 효과가 덜 두드러진 편이었다. 프로듀스 X에서도 득표율을 소수점 아래 6자리까지 조작했다면 들통나지 않고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허술한 방식으로 조작을 시도했다는 것은 시청자의 수준을 얕잡아보았거나, 내부고발자가 일부러 시청자들에게 조작 사실을 들키기 위함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준 낮은 득표 수 조작 방식이 사용되었다. 이와 같은 방법으로 프로듀스 X 101과 프로듀스 48은 생방송 투표 전 선발되는 멤버와 전체 순위가 미리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즉 실제 순위에 살을 덧붙여 조작된 순위를 만든 것이 아니라, 데뷔를 결정하는 최종 생방송을 시작하기 전부터 모든 순위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문자 투표는 그저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경찰은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이 제기되자 안준영 PD가 휴대전화 메시지와 관련 자료를 지우려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잡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과정에서 연예 기획사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고 증거를 없애려 한 사실 또한 포착했다. 유흥업소 접대 등 모종의 대가가 오간 정황이 있다고 본 경찰은 안준영 PD에게 배임수재 혐의도 함께 적용했으나 다만 접대를 한 기획사가 순위 조작으로 혜택을 본 아이돌 멤버와 관련된 곳인지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대중에게 환호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국민 프로듀싱' , '시청자의 투표로 아이돌을 만든다'라는 슬로건을 내세웠기 때문이었다. 최종 생방송을 위해 본인의 원픽을 홍보하면서까지 투표율을 올리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무의미했다는 것에 대중들은 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PD는 시청자 투표 결과를 그대로 따르면 성공적인 데뷔가 어려울까 우려되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지만, 미디어 속에서 사기극을 벌이는 것이 가지는 의미는 작지 않다. 재판부는 양형 기준에 관해 "피고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다" "순위 조작 범행에 메인 프로듀서로 적극 가담한 점에서 피고인의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 대중 불신에도 큰 책임이 있다. 국민 프로듀싱이라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게 조작을 모의해 책임이 중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디어는 대중 앞에서 또 한 번 신뢰를 잃었다. 앞으로 소비자들이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볼 때 투표율 조작이 있지는 않은지 늘 의심할 것이고, 이는 유사한 포맷의 타 프로그램에게까지 피해를 끼칠 것이다.논란의 불씨가 커질수록 미디어 그 자체를 오락으로 즐기기엔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다. 투표율 조작은 순수한 마음으로 출연자와 프로그램을 응원하는 대중을 기만한 최악의 선택이었으며, 미디어 제작자를 비롯한 방송사에서도 또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서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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