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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혐오 표현, 더이상 혐오는 숨겨지지 않는다

문화

by 대서 2020. 8. 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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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오취리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텍스트로 옮긴 것. 현재 해당 게시물은 삭제되었다.

 

방송인 샘 오취리는 지난 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이 관짝소년단을 패러디한 사진을 올리며 인종차별의 불쾌감을 드러냈다.

 

 관짝소년단은 올봄에 세계적으로 유행한 인터넷 밈이다. 장례식에서 축제를 벌이는 가나의 장례 문화를 담은 영상에서 유래했다. 고인의 마지막 길을 행복하게 해주고자 장례식의 엄숙한 분위기 대신 춤과 노래로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영상의 주인공인 7명의 남성들은 검은 정장에 게리슨 모자를 쓰고 관을 이며 춤을 춘다. 영어권에서 ‘Coffin Dance’라고 불리고 한국에서는 방탄소년단에 빗대어 관짝소년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매년 졸업사진으로 유명한 한국의 의정부고등학교. 학생들은 화제의 인물, 사건, 콘텐츠 등을 패러디해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올해는 이들의 유쾌함에 즐거워하기보다 패러디의 의미를 따져보게 되었다. 샘 오취리의 지적에 대해 누리꾼들의 의견이 갈렸다. ‘인종차별이 맞다’, ‘단지 모방일 뿐 비하 의도는 없다’. 일각에서는 샘 오취리가 2015JTBC 예능 <비정상회담>에서 손으로 눈을 찢는 행위를 한 것을 두고 동양인 비하가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가 관짝소년단에 불쾌해한다면 그의 비판은 내로남불에 불과하다는 의견이었다. 한편 7일 관짝소년단의 당사자인 댄스팀 리더 벤자민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의정부고 학생들의 패러디 사진을 게재하며 졸업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샘 오취리는 7일 다시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학생들을 비하하는 의도가 전혀 아니었다. 제 의견을 표현하려고 했는데 선을 넘었다.” 학생들의 허락 없이 사진을 올린 점을 사과했다. 이어 영어로 쓴 부분에서 한국의 교육 문제를 지적한 것이 아닌데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과 해시태크 teakpop이 케이팝의 안 좋은 얘기를 하는 줄 모르고 사용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지난 13BBC 사운즈 '포커스 온 아프리카'에서는 오취리를 '한국의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흑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관짝소년단 패러디 사진을 비판한 일에 대해 학생들이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조롱하려는 목적으로 흑인 분장을 한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다만 흑인들이 블랙 페이스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이는 역사적 맥락이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 논란이 한국인들이 블랙페이스에 얽힌 역사를 잘 모르고 왜 그것이 모욕적인지 이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했다. 또한 자신이 양손으로 눈을 찢는 포즈를 취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 아시안 차별이라는 반응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스페인의 못생긴 얼굴 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였고, 한국인을 흉내내거나 비하하려는 의도 없이 최대한 얼굴을 일그러뜨리려고 한 것이었다라며 나는 한국에서 살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을 비하할 이유가 없지 않냐”, “하지만 예민한 이슈고 인종차별로 보였다면 그럴 수 있다”, “나에게는 의도가 없었지만 그렇게 보인다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617일 식품 대기업 쿼이커 오츠는 앤트 제미마브랜드명와 로고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고안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백인 가정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하는 흑인 여자 노예에 뿌리를 두었기 때문에 줄곧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었지만 큰 개선은 없었었다. 이번 변화는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번진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답한 것으로 보인다. 노라조 조빈은 2010년에 발매한 곡 카레의 가사가 인종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자 715sns를 통해 사과했다. 노라조는 다른 나라의 전통에 대해 무지했음을 인정하고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외국인 아이돌 멤버의 서툰 발음을 따라한 김태균은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라는 비판받고 사과했다. 외국인의 한국어 발음을 희화화하며 웃음코드로 삼던 예능 프로그램의 관행을 대중이 명백한 혐오로 인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기안84는 웹툰 <복학왕>에서 무능한 여성이 남성 상사와의 성관계를 통해 취업했다는 내용을 암시했고, 이에 대해 웹툰 장면을 일부 수정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여성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보는 사회를 풍자하려 했는데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여성들은 그런 사회는 없다며 기안84의 왜곡된 사회관과 여성혐오적 사고를 비판했다.

 변화의 흐름이 느껴지는가? 세계와 한국은 여느 때보다 혐오 표현에 곤두서 있다. ‘의도했건 안 했건, 드러난 혐오를 인정하고 혐오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사과를 표한다. 가해자가 무지 혹은 외면했던 피해자의 역사적 맥락이 주목받고, 이미 그릇된 가치관이 이제야 문제 있음을 지적받는다. 더 이상 혐오는 숨겨지지 않는다. 유머가 되지 않는다. 소비되지 않는다. 그래야 한다. “웃자고 한 일에 죽자고 달려들다니라며 당황스러워하는 기득권자들은 그동안 죽임에 버금가는 행위를 웃고 즐겼음을 깨달아야 한다. 머지않아 서로 다른 문화라서 몰랐다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다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섣부른 표현은 삼가는 게 당연한 세상이 될 것이다.

 

 

[대서 전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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