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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왜 <온앤오프>를 반기는가

문화

by 대서 2020. 7. 2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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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2030열정페이가 당연시되었던 중장년층과 다르다. 이들은 일이 인생의 전부가 될 수는 없으며 일로 인생을, 자신을 혹사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일적 시공간과 사적 시공간을 분리하여 다루려는 시도가 빈번하다. 오프일 때와 온일 때의 경계를 세워 침범하지 않기를 원한다. 이런 현상을 포착하여 예능화한 프로그램이 있다. tvn<온앤오프>바쁜 일상 속 사회적 나와 거리두기, 사회적 관계를 벗어난 진짜 우리는 어떤 모습인지 질문을 던지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을 담아낸 사적 다큐멘터리를 제작한다.

 한 출연진의 오프를 촬영한 VCR을 스튜디오에서 출연진들이 돌려보며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VCR의 오디오가 비면 스튜디오의 토크가 채운다. 사적 다큐이기 때문에 VCR에서 제작진의 목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혼자 사는 출연진이 사적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자주 그려져 기존 예능 <나 혼자 산다>와 비슷하다는 평도 잇따랐다. 그러나 <온앤오프>가 좀 더 슴슴하고, ‘담백하다.

 버라이어티 특성보다 다큐멘터리 특성을 담아내겠다는 <온앤오프>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진위여부는 제쳐놓고 슴슴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포부가 대중에게 통한 셈이다.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방송국에서 가볍게 볼 만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찾을 수 있는 예능으로 인스턴트푸드보다 자연식품으로 간단히 한 상 차린 것 같다.

 성시경, 김민아, 조세호가 메인 MC이다. 제작진은 코로나로 야기된 집콕현상에 주목하던 중 인스타그램을 갓 개설하여 일상을 업로드하던 성시경에게 관심을 가지고 연락했다고 한다. 김민아는 젊은 층에서 반기는 새로운 얼굴로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가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조세호는 티브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연예인이지만 인간 조세호를 주목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느라 오프의 시간을 별로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초기에 제작진은 이들의 부족한 오프를 주목해 연출했다.

 MC 이외 출연진으로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이는 심은우일 것이다.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등장한 배우 심은우는 오프일 때 다른 직업으로 활동한다. 온일 때는 스크린에서 연기를 하지만 오프일 때는 요가를 가르친다. 온과 오프과 명확히 구분되는 인물이다. 심은우는 배우로서 살아가는 삶의 불안감을 고백하며 요가강사가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유튜브에는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브이로거들이 있다. 자신이 먹고, 일하고, 취미생활 즐기는 일상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자막을 달아 올린다. 브이로그는 쿡방, 먹방만큼이나 인기있는 소재다. <온앤오프>는 연예인의 브이로그를 보는 느낌이다. 대중이 알고 있는 그들의 이미지 외에 그들의 일상을 즐기는 모습은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한다. 관찰 예능이 짜여진 각본대로 흘러가는 시트콤화가 되어가는 추세에서 <온앤오프>는 시나리오의 주도권이 출연진 본인에게 있다. 상황보다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어 해당 출연진이 더 가깝게 느껴지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다.

 한편 온과 오프는 정말 스위치 조작 한 번에 뒤바뀔 수 있는가? 출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자신이 오프일 때의 모습을 돌려보면서 온을 이어간다. 이들은 대중의 관음적 시선을 오프할 수 있는가? 카메라 앞에서 사적인 생활을 보여주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똑똑한 대중들 역시 이점을 인지한다. 그럼에도 연예인이 카메라 앞에서 솔직한모습을 보이면 인간적이다며 반긴다. 또 관찰 버라이어티는 늘 주작’, ‘대본’, ‘의도된 연출등의 대중의 의심에 시달린다. 혹여나 이와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대중을 기만했기 때문에몰매를 맞는다.

 예능보다 다큐멘터리에 무게를 둔 <온앤오프>는 대중기만의 우려와는 멀어 보인다. 단지 온과 오프의 병행 가능성을 시사한다. 온에서 돌아보는 오프, 오프를 공유하는 온, ‘열린오프의 재미를 보여준다. 남들 앞의 의 모습 외에 나 홀로 마주하는 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나만 알던 모습을 기꺼이 타인과 나눌 수 있음을 제시한다. 유명인의 오프를 분석하거나 전시하지 않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을 담아낸다. 제작진은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연예인 외에도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을 섭외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들이 응한다면 더욱 프로그램 취지에 가까워질 것이다.


 코로나19로 누구나 한 번쯤은 새겨봤을 용어 거리두기’. 이 용어는 단절을 요구하지 않는다. 온과 오프는 동떨어질 수 없다. 프로그램명도 온 오프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 우리에게 필요한 건 경계 짓기가 아닌 균형이다. <온앤오프>의 제작 의도대로 사회적 관계를 벗어나진짜 우리 모습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진짜 모습에 매달리기보다는 온의 영역만큼이나 오프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 온에서의 와 오프일 때의 의 모습을 모두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각자의 온과 오프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언제나 온 상태로만 관계 맺기를 강요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 프로그램은 틀 안에서 이미지를 생성하던 미디어가 솔직담백함을 원하는 대중의 변화에 발맞추어가는 예로 적절하다. 환영받는 변화다.

 

 

[대서 전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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