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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혐오 웹툰, "표현의 자유 아닌가요?"

문화

by 대서 2020. 9. 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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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안84는 네이버 웹툰복학왕에 여성이 남자 상사와의 성관계로 정직원 채용에 성공했다는 내용을 그려 독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광어인간편에서 봉지은이 인턴 마지막 회식 자리에서 조개를 깨부수고, 정직원에 합격했다. 40대 팀장은 자신이 회식을 계기로 봉지은과 교제를 시작했다고 말했으며, 성관계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이러한 전개가 여성혐오적 사고가 담긴 것이라는 비판 여론이 커지자 기안84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봉지은이 귀여움으로 승부를 본다는 설정을 추가하면서 이런 사회를 개그스럽게 풍자할 수 있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깊게 고민하지 못했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논란을 덮기 위한 사과문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 여성이귀여움과 같은 성적 어필을 통해 이득을 보는 웹툰의 설정은 성별을 이유로 채용에서 불이익을 받는 실제 현실과 떨어져 있으며, 기안84가 여성을 보는 왜곡된 사회관만 보여줄 뿐이라는 것이다. ‘복학왕의 네이버 웹툰 연재 중단과 기안84가 고정 출연 중인 MBC <나 혼자 산다>에서 하차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잠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기안84는 한달 만에 9 14일 다시 촬영에 복귀했다.

 기안84를 둘러싼 논란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투영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 웹툰 작가라는 직업은, 작품 속 내용 하나, 연출 하나로부터 그의 인간성까지 지적받을 수 있는 위치이다. 기안84 관련 논란은 지난해 5월 웹툰 '복학왕'의 일부 장면을 향한 비판이 나오면서부터 본격화 되었다. 그 내용은 청각장애인이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모습, 외국인 노동자 및 생산직 근무자의 모자란 모습 등이었다. 최근 문제가 된 여자 혐오 논란 이전부터 그의 이야기는 계속되어 왔던 것이다. 이 같은 논란처럼 기안84는 웹툰 속에서 수많은 사회 계층 캐릭터를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고정 관념으로 그렸고, 과장된 묘사로 불편한 장면도 더러 있었다.

웹툰 '복학왕' 캡쳐 사진.

 또한 최근 네이버 웹툰 '헬퍼2:킬베로스'의 여혐 논란에 작가 삭(본명 신중석)이 사과문을 올렸다. 헬퍼는 기존 전체이용가에서 ' 18세 이용가'로 바뀌면서 폭력을 표현하는 방식이 더욱 과감해졌고 학교 내 성폭행, 마약 투여, 불법 촬영물 촬영, 살인 등의 과격한 스토리가 담기면서 몇몇 독자들이 지속적으로 불쾌감을 토로해왔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은 247화였다. 이 화에서는 여성 노인 캐릭터 '피바다'가 알몸으로 결박된 뒤 마약을 투여받는 고문 장면을 선정적으로 묘사한 것에 대해 독자의 반발이 엄청났다. 업로드 이후 헬퍼 독자들로 이뤄진 '헬퍼 마이너 갤러리'(디시인사이드)는 공식 성명을 내고 해당 화를 비판하며 문제를 공론화했다. 성명에는 "남성이 느끼기에도 평소 헬퍼의 여성 혐오적이고 저급한 성차별 표현에 진저리가 날 정도였고 특히 이번 9일에 업로드된 할머니 고문 장면은 정말 선을 넘었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를 두고 신 작가는 "본인 능력이 부족해 연출적으로 미흡한 탓에 진심이 전달이 잘 안 됐다" "매주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권선징악을 바라며 작업했다는 것만은 알아달라"고 호소하기까지 했다.


 위와 같은 웹툰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이러한 여론이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다. 한 독자는 "웹툰은 작가가 표현하고 싶은대로 표현하면 되는 것이지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댓글을 보면 작가가 불쌍해진다" "불쾌하면 안 보면 그만"이라고 밝혔다. 기안84와 신 작가의 작품은 혐오를 위해, 누군가를 멸시하기 위해 그려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논란을 부른 설정과 장면들은 이야기적 맥락을 위한 도구 또는 장치로써 이용된, 작가의 영역이라고 할 수있다. 작가가 누군가의 눈치를 보며 마음 놓고 이야기를 그릴 수 없다면, 창작과 표현의 자유는 억압된다는 것이다. 사과문을 통해 신 작가도 웹툰을 향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그는 "만화를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표현의 수위에 대해 다른 콘텐츠에 비해 만화 쪽이 다소 엄격하지 않은가 생각했고 그런 부분이 아쉬워 조금이라도 표현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했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낳은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네이버웹툰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헬퍼2 18세 이상가로 제공하면서 연재 중 표현 수위에 대해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한 점 사과한다" "앞으로 중요하고 민감한 소재 표현에 있어서 반드시 감안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 더욱 주의 깊게 보고 작가들과 더 긴밀히 소통하고 작업에 신중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심각한 수준의 선정성, 폭력성은 작가에게 수정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검열로 느껴질 수 있어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작가와 웹툰 플랫폼 측 둘 다 조심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젠더 이슈 등과 관련해 독자들의 성인지 감수성 민감도가 높아졌는데도 혐오 표현이 끊임없이 느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웹툰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검토하자는 입장이다.

 웹툰 시장은 2013년만 해도 1500억 원 규모에 불과했으나 2020 1조 원을 넘어서면서 급성장했다. 웹툰이 게임, 드라마, 영화 등으로 제작되는 ‘One source multi use ’의 대표격인 만큼 표현에 있어 더 신경 써야만 하는 매체임에는 틀림 없다. 특히, 주 독자층의 연령대가 어린 것을 생각했을 때, 사회화 시기에 있어 웹툰을 통해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작가 본인이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이상 웹툰은 '맘에 안들면 보지마라' 식의 마이너 매체가 아닌 점점 대중적인 문화 생활이 되기 때문에 여느 매체들처럼 검열이 필요한 건 당연시 된다.

 

 

[대서 박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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