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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을 넘어, 인간을 위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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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서 2020. 8. 7.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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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을 들썩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된 후 사체로 발견됐다. 피해자가 성추행 사건으로 고소장을 내민 지 하루 만이었다. 권력형 성범죄는 민주당에서 벌써 세 번째이다.

 기자회견에 따르면 박 시장의 비서는 4년 간 성추행을 당했다. 침실로 불러 안아달라는 요구를 들어주거나 무릎에 난 멍에 ‘호’하고 바람을 불어준다면서 입술을 무릎에 접촉하기도 했다. 텔레그램에 초대해 음란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2차 기자회견에서도 또한 구체적인 피해 정황을 드러냈다. 박 시장 비서는 4년 동안 20명에게 도움을 청했으나 모두 묵살당했다. 인사이동도 거부됐다.

 박 전 시장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갑의 권력을 갖으면서 약한 처지에 있는 비서에게 성범죄를 행했다. 그의 일생과 모순되는 일상의 모습은 위선적으로 다가온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은 진영 정치로 흘러갔다. 정치권은 이분화 됐다. 박 전 시장의 ‘공’을 말하면 성추행 피해자를 무시하는 것이고, 박 전 시장의 ‘과’를 말하면 지금까지 박 전 시장의 업적을 폄훼하는 것이다.

 박 전 시장에게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는 대리인을 통해 2차례에 걸쳐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사실을 밝히고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2주 동안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부르면서 2차 가해를 저지하자는 짤막한 메시지만 남겼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전 페미니스트를 선언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사건에 대해 외면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찬가지로 박원순 전 시장 영결식에서 해명을 뒤로 하고 추모에 집중하자고 주장했다. 영결식 당시 2차 가해 우려나 진상 규명에 대해 말을 아꼈다. 영결식 앞에서 박 전시장의 의혹을 제기하자 기자에게 예의가 아니라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새로운 물결이 들어섰다. 젠더 감수성과 인권 문제에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면서 민주주의의 가치가 변화하고 있다. 인간존엄성을 고려하지 않은 민주주의는 형성될 수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의 충돌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권력형 성범죄는 무엇보다 비민주적이다. 개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여성의 인권을 핍박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단순히 진영 논리에만 머물 것이 아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자신의 정당만을 챙기기에 급급한 정치를 펼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는 힘들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 안희정 친모상 영결식 그리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이 차례로 발생했다. 그러나 현 정치권은 성폭력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파싸움에만 몰두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란 진영에만 얽매일 순 없다. 일련의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는 지금 뼈아픈 반성을 할 시기가 아닐까. 본질을 올곧이 파악하며 개인의 존엄을 보호하는 정치를 추구할 때이다.

 

 

[대서 현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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