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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경제: 2020년 서울

경제

by 대서 2020. 6. 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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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자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불평등의 해결책을 언급할 때면 들려오는 목소리이죠. 우리는 당사자의 입장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요. 노인빈곤율, 상대빈곤율,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수 등을 접하며 너는 저렇게 되지 않아야한다라는 얘기를 듣지는 않으시나요. 몇몇 언론사는 오명이라는 단어를 덧붙여 해석합니다. 집을 찾지 못해 거리를 전전하는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이 국가적 오명으로만 설명될 존재인가요.

 저는 타인을 이해하지 않는 방식에서 사회적 경제를 전달하는데 집중했습니다. 우리가 가장 이기적인 순간에 다다랐을 때 끈끈한 공동체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죠. 정말 최소한의 도덕만을 요구하며 우리가 만들어갈 사회를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그럼에도 제 기사가 도덕과 아름다움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까 고민했습니다. 먼나라 이웃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까 걱정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서울의 사회적 경제가 느끼는 시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타협과 고립의 딜레마 : 공동체

 서울역에서 10분 정도 걸어가면 서계동의 청파 언덕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봉제공장과 일본식 주택이 많은 곳이었지만 사회적 경제를 만나 조금씩 달라지고 있습니다. 올라가보면 공정무역을 준수하는 원두가게, 외국인들과 함께한 사진으로 벽을 채우고 있는 개미슈퍼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오르면 서울시 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건물과 청파언덕집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공동자산을 만들고 나누는 활동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죠. 사회적 경제의 끈끈한 공동체가 보여주는 희망찬 장면이었습니다. 하지만, 가파른 길을 계속 올라가보면 또다른 골목이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곳으로 각종 범죄 및 청소년 탈선 장소로 이용됨을 막고자, 경찰관 집중순찰 구역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골목의 집마다 붙여진 경고문구. 전시와 공연이 진행되는 은행나무집 바로 옆골목의 집들에도 붙여져 있었습니다. 5분 거리에 동네 주민들이 한데 모이는 곳이 있는데 말이죠. 동네의 우범지역을 개선하는 것이 먼저인지 사회적경제를 위한 시설을 짓는 것이 먼저인지. 이곳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경제 기반의 도시재생도 가려진 우범지역을 오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서울시는 사회적 경제와 도시재생을 엮어서 공공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CRC(도시재생 마을기업)라고 얘기하는데요. 지난 2일에도 서울시 재생정책기획관은 예비도시재생기업을 선정하며 주민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이 지역에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의 기준에 따라 선정했다고 밝혔죠. 사회적 경제 공동체를 늘리기 위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공동체의 수를 늘리는 데 신경쓴 나머지 공동체의 범위를 넓히는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론 모든 CRC 구역이 청파 언덕의 뒷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2020년 서울의 CRC가 잠시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경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를 선택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아닐지. 서울에서 지금까지 147개의 마을기업과 지원기관을 설립하면서 사회적 경제 주체가 주변에서 생활하는 모든 시민이라는 점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눈에 보이는 규모만 바라보는 국가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회적 경제가 등장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타협과 고립의 딜레마 : 기업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사회적 기업의 행사장을 방문했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거리에 있는 화장품 판매점을 들어갈 때는 꽤나 어색할 법한 말이지만, 사회적 기업에게는 여전히 당연한 말입니다. 서울의 사회적 기업은 377개이지만 50여 개의 기업은 시청과 성수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기업이 모이게 되면 협업 측면에서는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 측면에서는 그저 불편할 뿐이죠. 특히 주류 시장에 섞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회적 기업의 특성상 소비의 불편함은 더욱 클 것입니다.

 사회적 기업 동구밭의 브랜드디자인을 맡고있는 한승진 님 역시 사회적 경제가 고립된 부분을 걱정하셨습니다. 인터뷰에서 오프라인 행사장은 아직 시험적인 단계라며 의식적인 가치 소비를 주도하는 2-30대의 온라인 구매를 통해서만 주목받고 있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죠. 언택트를 강조하는 오늘날과 맞는 소비 형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광고나 오프라인 유통체계가 자리잡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소비의식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대전환의 거리감

 2020년 서울에서 공동체와 기업은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금 남아있는 공동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쩔 수 없는 문제인 것처럼 말이죠. 기존 경제체계와 대안 경제체계가 독립된 형태로 발전되고 있는 와중에 오늘날의 문제점을 오명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두 같이 살아갈 경제 주체이고 경제 전환에 함께 있을 사람들입니다.

 

 

[대서 김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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