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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공무원시험 이대로 좋을까?

사회

by 대서 2020. 6. 27.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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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자’ 골라내는 현행 공무원 시험제도
탈락자 만들기보다 좋은 공직자 선발을 위해 노력해야

 

“이따위로 출제하면 안 되죠, 이렇게 내면 어떡합니까? 공부를 해도 맞출 수 없는 문제 아닙니까?”

2018 9급 경찰공무원 채용시험 해설을 진행하던 한 강사의 발언이 화재다. 위 발언의 주요 내용은, 시험의 난이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지엽적인 문제를 낸 교수를 비판하는 것이다. 지엽적인 문제는 성실하게 공부한 수험생과 그렇지 않은 수험생이 모두 틀리기 때문에 성실한 공직자를 선발하기 위한 시험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며, 수험생의 고통만 늘린다는 이유다.

지엽적인 9급 공무원 시험문제

 9급 공무원시험은 지나치게 지엽적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위 발언의 문제가 됐던 경찰 채용시험 한국사 문제 역시 고전 문학 전문가가 아니라면 맞출 수 없는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문제가 됐던 부분은 최영 장군의 시조로, 공무원 시험 응시자가 맞추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이다.

 또, 지난 5 30일에 치러진 2020년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에서 한국사 문제가 복수정답으로 인정되는 촌극이 있었다. ‘향약구급방의 간행 연도가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의 여지가 다분했기 때문이다. 해당 문제는고려 시대의 역사적 사실들을 오래된 것부터 바르게 나열한 것은?’이라는 문제로 팔만대장경 완성, 삼국유사 편찬, 향약구급방 간행, 황룡사 9층 목탑소실을 보기로 제시했다. 경찰청은 위 문제가 논란의 여지가 다분했다는 이유로 복수정답을 인정했다.

 이상의 문제의 본질은 좋은 공직자를 선발하는데 현행 시험제도가 타당하냐는 것이다. 경찰공무원에게 필요한 자질은 공무를 집행하는 데 필요한 형법지식, 범죄자를 체포하기 위한 체력, 원활한 수사를 위한 수사기법이다. ‘향약구급방과 같은 상식 이상의 한국사 지식은 불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지엽적 문제는 좋은 공직자를 선발하기보다, 지원자들을 탈락시키기 위해 출제한주객전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합격’보다탈락에 집중하는 한국시험제도

 9급 공무원 지원자는 1995년 이후 매년 상승해왔다. 대학 내일 20대 연구소의 ‘2017 진입 경로별 공시 준비 청년층 현황 및 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 공무원시험엔 9 8361명이 응시한 반면, 2016년은 무려 28 8500명이 지원했다. 합격률은 1.8%에 불과했다. 상승하는 지원자를 효율적으로 선별하기 어렵게 되자, 보다 효과적으로탈락시키는 방법으로 지엽적인 문제를 낸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9급 공무원 시험뿐 아니라, 한국의 대다수 객관식 시험이 이런 구조를 취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영국 남자 201811 14수능 영어문제를 풀어본 영국 선생님들의 점수는?!’에서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2018년도 수능 영어시험을 영국의영어선생님을 상대로 풀어보라고 한 것이다. 비록 한 문제당 시간제한을 두긴 했으나, 영국의 영어 선생님들은 한두 문제밖에 정답을 맞히지 못했다. 이들은 모두 한국의 영어시험이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를 선별해 출제한다고 지적했다. 즉 한국 시험 체계가 좋은 공직자 내지 좋은 학생을 선별하기 위한 시험이 오히려 지원자들을 탈락시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는데 공감했다.

취지가 왜곡된 시험의 부작용

 20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이 인사혁신처와 함께 진행한공무원시험 준비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공무원시험 응시생이 매년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늘고, 실패 후 사회진출에 어려움을 겪는공시 낭인발생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민간기업 취업준비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16.22%그렇다로 답했다. 공무원 시험 과목이 민간기업 취업과 전혀 호환되지 않았다. 98.2%의 불합격자는 실생활에 도움 안 되는 지엽적 과목을 공부하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이다.

 좋은 공직자를 선발하지 못한다는 주장도 있다. 높은 난도의 필기시험 장벽 때문에 공직에 적합한 인재들이 탈락하는 현상 때문이다. 필기시험에 통과하지 못하면 국가관, 공직관, 윤리관을 중시하는 공무원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가 공직에 진출하기 어렵다. 오히려 인재상에 부합하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지원자가 합격할 확률이 높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8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8~9급 공무원의 34.2%가 이직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직하고 싶은 이유 중 41.7% '낮은 보수'였다.

 

문제의 해결책은?

 전문가들은 공무원 채용을 구시대적 시험 방식에서 민간기업 인적성 시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행 평가방식은 공직에 적합한 인재를 선출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공시 낭인을 양산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판석 인사혁신처장은 2017 8월 기자간담회에서과목을 정리하고, 공무원을 준비하다 안 되면 민간기업 시험에 써먹게 시험과목의 호환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공무원시험이 유발하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한편, 합격에 실패한 수험생이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개선하도록 시험과목 조정 등을 통해 민간기업 등 입사시험과의 호환성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대서 이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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