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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팬데믹, 크게 흔들리는 입시판

인터뷰

by 대서 2020. 7. 23.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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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책상들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다.

 지난 721, 인터뷰를 위해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다. 정숙한 분위기로 수능 공부를 하고 있거나 기말고사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지만, 예상과 달리 교내 분위기는 너무나도 어수선했다. 출석하지 않아서 비어있는 자리도 빈번히 목격할 수 있었다. 인터뷰 전 선생님의 요청으로 짧은 시간 동안 학생들을 위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대학교에 관심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정보를 얻어야 할 시기이지만 다들 지쳐 보이는 기색이 역력했고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아이들은 극소수였다.

 간단한 멘토링 후, 수험 생활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3학년 학생 4명 및 담임 선생님과 함께 본격적으로 입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대서 김채연]

 

Q. 분위기가 굉장히 어수선하다고 느꼈는데, 실제로 수업시간에도 이런 모습인가요?

[선생님]

이번에 수능 일정과 수시 일정이 뒤로 밀리고 방식이 바뀌면서 아이들이 의욕을 많이 잃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배운 게 없는데 대체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니까요.

또한, 수험생들은 컨디션 관리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하여 학교에 출석하지 않고 가정학습을 통해 집에서 수능 공부를 하려는 학생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이 열이 높거나 아프다고 느끼면 바로 귀가 조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어 시험공부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이를 악용해서 일부러 집에 가는 학생들도 있어서 전체적으로 전교생들의 출석률이 매우 떨어집니다.

 

Q. 구체적으로 입시제도가 어떤 식으로 변경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선생님]

우선 대부분 대학교가 3학년 비교과 활동에 대해 현 상황을 고려하여 반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논술 전형에서는 출결과 봉사활동 점수를 전원 만점 주는 학교도 있고 일부 전형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면접 질문을 사전에 공개하고 답변을 직접 녹화해서 일정 기간 내에 업로드 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교수와 학생이 분리된 공간에서 면접을 진행하는 방식도 존재하고 아예 면접이 폐지되는 학교도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1, 2학년 때 좋지 않은 성적과 생활기록부를 가졌다고 하더라도 3학년 때 열심히 해서 상승곡선을 그리면 좋은 평가를 받고 역전할 기회가 있었지만 올해는 아예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현재 학생들의 의욕을 잃게 하는 요인으로도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합니다.


Q. 현재 입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학생 1]

수행평가와 학교 시험, 그리고 모의고사를 거의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큰 스트레스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거의 한 달 이상을 등교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수행평가를 몰아서 하느라 현재 하루에 최소 2과목씩 수행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제대로 된 수업을 받지 못했었기 때문에 중간고사는 시험 범위가 적고 문제가 쉬워서 제대로 등급이 나뉘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수행평가와 기말고사에서 최종 등급이 나뉘게 되는데, 이번 기말고사는 중간고사의 좁았던 범위로 인해 너무나 공부할 분량이 방대해져서 저를 포함한 친구들의 걱정이 큽니다.

 

Q. 예상보다 더 상황이 좋지 않네요. 그렇다면 정시 전형까지 준비하는 학생들은 거의 모의고사와 시험을 거의 동시에 치르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가요?

[학생 2]

, 실제로 저희 학교는 중간고사 다음 날이 정시를 준비하는 학생에게 매우 중요한 6월 모의고사였습니다. 요즘 제 주변에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던 친구들이 하나만 선택해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수시 전형 하나만 준비하는 것도 이렇게나 벅찬데 동시에 두 전형을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Q. 앞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입 심사기준에서 비교과 활동의 비중이 많이 줄어들었는데, 이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신지 혹은 부정적인 입장이신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학생 3]

저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2학년 때까지 진로를 명확히 정하지 못한 상태여서 전공과 관련된 활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사회복지학과에 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고, 개학을 하면 많은 봉사활동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나가서 생활기록부를 다채롭게 꾸며나갈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봉사활동은 가지 못하게 되었을뿐더러 프로젝트 발표를 수업시간에 할 기회가 적어졌고 대학교 측에서 비교과 활동을 현 상황을 고려하여 평가한다고 발표하면서 1, 2학년 때 열심히 한 학생들이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들이 많고 실제로 수시를 포기한 후 수능을 준비하는 친구들도 많아졌습니다.

 

Q. 기말고사 이후로는 자기소개서 작성과 면접 준비를 하게 될 텐데 이 부분에서도 문제가 존재하나요?

[학생 4]

이전까지는 여름방학 때 본격적으로 자기소개서 작성을 시작한다고 들었습니다. 약 한 달 동안 초안을 완성하고 2학기 때 계속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거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여름방학이 고작 10일입니다. 이 기간 안에 생활기록부에서 소재를 찾고 어떻게 쓰는지 요령을 익혀서 자기소개서를 완성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물론 선생님들께서 많이 도와주시고 있지만 시간적 여유가 부족한 상황입니다.

또한, 면접 준비를 위해서는 친구들끼리 스터디를 꾸리거나 선생님들과 모의 면접을 진행해야 하는데 학교 내에선 방과 후에 모이는 것이 불가해서 공간이 마땅하지 않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다 같이 모의 면접을 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거의 혼자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맞닥뜨렸다. 일각에서는 모두가 같은 조건에 처해있다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지만 직접 대화를 나눠보니 이 학생들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지 쉽게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게다가 이는 고3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직까지 코로나 19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1, 2 학생들의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최대한 공정하고 무리 없는 제도를 만들어서 올해 수험생들과 같은 상황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며 미래를 위해 달리고 있는 우리나라 모든 학생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하교 후, 텅 빈 복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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