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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가 바꾼 대학교 강의 방식: 교수님의 생각을 묻다

인터뷰

by 대서 2020. 7. 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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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생해 전 세계로 확산된 코로나19. 강한 전파력으로 인해 국내 대학 대부분이 비대면으로 1학기 강의를 진행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2학기에도 실습과를 제외한 상당수의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번 1학기는 강의 방식과 시험 형식 등에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의 방식의 변화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학생들이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 장태순 교수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서 박은정]

장태순 교수님

  • 학력
    서울대학교 물리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철학 석사
    파리 제8대학교 대학원 철학 박사
    現 덕성여대 철학과 교육중점조교수
  • 경력
    고등과학원 초학제연구프로그램 위촉연구원
    서울대학교 철학사상 연구소 객원연구원

Q. 코로나로 인해 1학기는 온라인으로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실시간 강의와 녹화강의 둘 중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는지, 왜 그것을 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실시간 강의를 더 선호해서 실시간 강의 3, 녹화강의 1 비율로 강의를 진행했어요. 녹화강의는 학생들의 반응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실시간 강의를 더 선호하는데요. 두 가지 방식으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했어요. 학부생 대상 강의는 밴드라는 어플을 이용해 강의를 했는데요, 학생들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도 되고 댓글만 달면 됐어요. 반면 대학원 강의는 zoom을 사용했어요. Zoom을 사용하면 학생들의 얼굴 표정을 통해 학생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밴드보다 편했어요.

 저는 대면 강의를 할 때에도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반응과 질문을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학생들이 아무 말이나 질문을 하지 않더라도 얼굴 표정으로도 학생들의 반응을 알 수 있잖아요. 그래서 코로나가 확산되고 난 후, 처음 녹화강의를 했을 때 굉장히 힘들었어요. 녹화강의는 혼자서 녹음하는 것이기 때문에 훨씬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저는 오히려 강의실에서 강의할 때보다 지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점에서 밴드 어플을 이용해 강의할 때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고 맥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밴드 어플을 이용해 강의를 하면 학생들의 모습은 볼 수 없잖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의 반응을 댓글로라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적응이 됐고, 그것이 위안이 되기도 했죠. 이번 학기를 비대면 강의로 진행하면서 강의에 있어서 학생들의 반응이 굉장히 중요하구나를 느끼게 됐어요. ‘강의는 혼자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진행되는 거였구나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Q. 온라인 강의와 대면 강의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온라인 강의와 대면 강의의 장단점은 무엇입니까?

 대면 강의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을 직접 마주 보고 수업한다는 점이에요. 학생들과 서로 마주 보며 수업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반응을 바로바로 알 수 있어요. 학생들이 저한테 직접적으로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지 않아도, 학생들의 얼굴 표정이나 분위기를 보면 이 부분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게 느껴져요. 이런 점은 아직까지 온라인 강의로  대체할 수 없다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봤을 때, 대면 강의의 단점은 통학시간인 것 같아요. 집이 먼 학생들 같은 경우, 학교까지의 통학 시간이 길어서 강의를 듣기도 전에 지쳐 있을 때가 있어요. 그렇게 보면 온라인 강의의 장단점은 대면 강의의 장단점과 반대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온라인 강의의 단점은 학생들의 반응을 바로 알 수 없다는 것이, 장점은 통학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죠.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서 큰 장점일 것 같아요. 그리고 제 입장에서 볼 때, 온라인 강의의 장점은 일정이 겹칠 때 대면 강의에 비해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교수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가끔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외부 회의 같은 다른 일정이 수업 시간과 겹치는 경우가 있어요. 비대면으로 강의를 하면 일정을 비교적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죠. 동영상 강의를 미리 준비하면 되니까요. 요즘 제가 생각하는 것은 온라인으로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어떻게 학생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인데요. 온라인에서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는 게 가능하잖아요. 제가 강의하는 도중에 학생들은 채팅창으로 제가 강의한 내용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하면 온라인 강의의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선 강의 도중에 교수님께 질문하거나 학생들끼리 토론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잖아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에는 강의 도중에 교수님의 말을 끊고 질문하는 게 전혀 부자연스럽지 않고 당연한 학생들의 권리로 여겨져요. 어떤 경우에는 교수님이 앞에서 강의하는 도중 학생들끼리 교수님의 강의 내용에 대해 토론할 때도 있어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이런 행동은 교수님께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아요. 온라인으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면 학생들이 자유롭게 댓글로 질문할 수 있고, 강의 도중 학생들끼리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온라인 강의는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죠. 실시간 강의도 녹화하면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교수인 제 입장에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아졌다고 이야기할 수 있죠. 실시간 강의 도중에 한번 실수하면 돌이킬 수 없잖아요. (웃음) 달리 말하면 흑역사가 남는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도 강의 준비를 더 하게 되고, 말을 조심스럽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Q.현재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지역사회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습니다. 2학기에도 비대면 강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1학기에 비대면 강의를 진행한 경험을 토대로 2학기에는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으신지 궁금합니다.

 지금 추세로 보면 대면 강의를 할 수 있다고 쉽게 말하기 어려워요. 만약 2학기에도 온라인으로 강의를 하게 된다면, 보완하고 싶은 점이 개인적으로도 많고 학교에 건의하고 싶은 것도 있어요. 우선 이번 학기는 온라인 강의를 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시작했어요. 강의 자료들 중 상당수가 대면 강의를 예상하고 만들었던 거라 그것을 다 수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특히 온라인으로 강의를 진행할 경우,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각 자료가 필요해요. 이번 학기에는 시각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아쉬웠죠. 그래서 2학기에도 비대면으로 강의를 하게 된다면, 능력이 되는 한 시각 자료를 충분히 준비하려고 해요. 그리고 학교에 요구하고 싶은 점도 있어요. 온라인 강의를 위한 플랫폼에 보완할 점이 많아요. 예를 들어 학생들이 실시간 강의나 녹화강의를 들으면 영상 재생률에 따라 저절로 출석이 확인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는데,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거의 매시간 과제를 해야 하는 강의도 있더라고요. 특히 녹화강의를 하시는 교수님들은 이 동영상 강의를 학생들이 들었는지 여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매 수업마다 과제를 내주시더라고요. 교수님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큰 부담일 것 같아요.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오프라인 강의보다 오히려 더 부담이 커진 상황인 거죠. 이런 부분을 보완해서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학생과 교수 모두에게 도움 될 거예요.

 

Q. 비대면 강의를 하며 강의 운영에 차질이 생겨 강의계획서대로 강의가 이뤄지지 못한 수업들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선택적 패논패 제도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준다는 점에서 선택적 패논패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학생들에게 가능한 많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악용될 여지가 있겠죠. 하지만 10번 중에 1~2번 악용된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훨씬 더 유익한 제도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게 학교의 편의와 행정적 편의를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악용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시행하면서 보완해 나가면 되겠죠. 교육적으로도 학생들이 그런 제도를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선택적 패논패 제도는 학생들에게 부정적 영향보다 긍정적 영향을 더 많이 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포스트 코로나는 포스트와 코로나19의 합성어로코로나19 극복 이후 다가올 새로운 시대·상황을 뜻하는 말입니다. 코로나19는 사람들 간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원격교육 및 재택근무 급증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어난 이러한 변화들이 향후 우리 사회를 주도한다는 것인데요,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학생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까요?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웃음) 마침 지난주 월요일 날 이 문제로 공개 강연회에서 이야기를 했었어요. 그걸 준비하면서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참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느 누구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워낙 새로운 상황이라서 아무도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겠죠. 많은 분들이 하신 이야기를 정리해서 코로나 이후의 세상에 대해 제 의견을 말하자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이 달라진다라고 표현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완전히 새로운 것이 없다라고 말을 한 이유는, 코로나 이후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수단들이 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에요. 사실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한 기본적인 장비들,인프라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존재했는데, 코로나 이전까지는 대면 접촉이 너무나 당연해서 우리 눈에 안 띄었던 것뿐이죠. 이제는 그런 것들이 우리들 눈에 띄게 된 거죠. 사실 어떻게 보면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준비되고 있었고, 코로나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와야 될 시대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서 지금 사이버 강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미네르바스쿨 (Minerva School)이 나타나면서 대학도 100% 온라인 강의가 불가능하지 않다라는 이야기들은 많이 하고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일종의 귀찮음 때문에 새로운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데 못 넘어가고 있다가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강제로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직접 사람하고 만나는 일은 도저히 다른 것하고 바꿀 수 없는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학생분들 그리고 젊은 분들한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음 사실 이건 뭐 젊은 사람이 아니라 누구한테나 다 똑같겠죠. 제가 근데 누구한테 충고한다는 건 적합하지 않은 것 같고 그냥 이야기라고 하죠. 세상에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즐겨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반면, 접촉을 하지 않고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죠. 저는 어떻게 보면 불필요한 모임을 갖지 않아서 오히려 좋다는 느낌도 들어요. 일단 학생분들 중에서도 외향적이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굉장히 안됐다는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이런 상황에서 제가 그런 분들한테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오프라인에서 사람들과 하시는 활동들이 필요하고 좋기는 한데, 그게 안될 경우 의기소침해 있지 말고 어떻게든 지금 주어져 있는 기술을 가지고 사람들하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아라인데요.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들이 나오고 있잖아요. 예를 들면 예술 분야 같은 경우, 유럽에서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전부 집에 있으면서 합주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잖아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특히 유럽같이 모든 사람들이 자가 격리하는 상황에서 이런 활동이 사람들한테 굉장히 큰 힘을 줬다고 하거든요. 사람들끼리 접촉을 최소화하는 가운데에도 어떻게든 우리가 같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방법들은 더 많을 것 나올 거예요.

 


 

Q. 물리학을 전공하셨는데, 물리학과 철학은 어떻게 보면 이과와 문과로 극과 극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어떻게 철학의 길로 들어서시게 되셨나요?

 물리학과 철학은 굉장히 통하는 게 많은 분야에요. 물리학은 이과 전체에서도 수학과 더불어 가장 근본적인 걸 추구하는 학문이에요. 예를 들어서 어떤 일이 특정한 기술을 통해서 가능해졌더라도 물리학에선 그걸로 만족하지 않거든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런 질문을 던지는데 그런 질문이 철학적인 질문이에요. 말하자면 물리학과 철학은 수학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 실험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근본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굉장히 비슷해요. 지금 돌이켜보면 약간은 유치한 생각이었지만,제가 물리학과에 입학할 때 하고 싶은 것이 딱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이 우주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를 알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이 물리학이 굉장히 어렵다고 하는데 제가 그걸 이해해서 이해를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설명해 주고 싶다, 이렇게 딱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대학에 진학했었어요. 우주의 근본원리를 안다는 것도 그렇고 물리학을 이해한다는 것도 다 고도의 수학이 필요한 분야였고, 우주의 근본원리는 학부생이 도달하기에는 너무나 어렵더라고요.

 그 두 가지를 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 외에 다른 관심이나 질문도 많았고, 그런 게 수학으로 도달하기에는 너무 먼 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저한테는 철학이 오히려 더 맞는 길이라고 생각해서 물리학과 졸업 후, 철학과로 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만약 우리가 수학을 더 많이 발전시키고 인간이 지적 능력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하게 된다면 물리학하고 철학이 다시 어느 정도 이상 통하게 되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래도 언제나 차이는 존재하겠죠. 철학은 언제나 과학이 알지 못하는 영역, 과학이 하지 못하는 영역을 건드리거든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당시 물리학과에 있었던 동기나 선후배들 중에서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당시에 물리학과 정원이 60명이었는데, 최소 10명 정도가 철학에 관심이 있거나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었어요. 저 말고도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철학, 특히 과학철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꽤 많은 편입니다. 제가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에요.

 

Q.진부한 질문이긴 하지만, 철학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지금 딱 질문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한 단어는 물음이었고요. 특정한 종류의 물음을 던지는 , 이게 철학일 수 있는데 사실은 그것만 가지고 이야기하기엔 조금 부족한 점이 있어요. 왜냐하면 철학이 던지는 물음 자체는 꼭 철학이 아니라 예를 들어서 종교에 관심 있는 분들도 던질 수 있거든요. 철학은 그 질문에 대해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답을 추구하는 학문이에요. 그리고 추구하는 답이 결코 나올 수 없다는 걸 알면서 답을 추구하는 거죠. 이렇게 이야기할 수도 있겠네요. ‘답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아는 질문을 던지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 질문에 대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답을 추구하는 것이게 철학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답이 나올 수 있는 질문은 과학이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한때는 철학이었다가 과학 분야로 넘어간 질문들도 많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자연에 대한 질문들은 지금 대부분 자연과학으로 넘어갔지만 고대 그리스 때는 자연 철학이라고 불렀거든요. 심리학도 18세기까지는 철학의 한 분야였고요. 그런 식으로 인간의 학문과 지성이 발달하면서 예전에 철학의 영역에 있었던 것들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간 경우가 많아요. 철학에 대해서 엄밀하게 말하자면, 답을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답에 가까운 것을 얻으려고 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은 모르는 것에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 본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철학은 그런 질문에 대해서 잠정적인 답이라도 만들려고 노력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수많은 고민과 방황을 하며 20대를 보내는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혹은 과거, 20대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사실은 힘들게 지내시는 분들이 제 주위에도 많은데요. 학생들 중에서 자기 길을 찾고, 혹은 자기 길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부지런히 잘 사시는 분들도 많지만, 방황하고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되게 많아요. 그런 분들하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뭔가 조언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땐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과거 20대의 나한테 이야기를 해줬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야기를 해요. 저도 개인적으로 꽤 많이 방황을 했어요. 제가 지금 20대로 태어나서 과거의 저처럼 방황을 했으면 사회 부적응자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방황을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랬을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 어쩔 수 없었다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러니 내가 그동안 살아왔던 모습을 쭉 생각해보면 20대의 나는 그렇게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이고, 그 후에 그나마 정신을 차린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때 방황한 거에 대해서 이제 와서 후회한다고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살아도 나는 그럴 수밖에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지금 20대 분들한테도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은데요. 방황하면서 더 힘든 것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는 이럴까, 왜 나만 내 길을 못 찾고 있을까라는 생각이에요. 그게 방황하는 것 자체보다 어떻게 보면 더 힘든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사람마다 인생에서 자기 속도가 있고, 자기 길이 있고, 좋은 시기와 힘든 시기가 전부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잘 살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 사람들이 다 잘 살고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지금 힘든 것 같지만 지금 나한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시기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힘들어하는 거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방황하는 것 자체는 그럴 수도 있는데 내가 왜 방황할까에 대해서 힘들어하기 시작하면 지나치게 힘들어지거든요. ‘지금 나한테는 이런 시기일 수밖에 없어라고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가지, 남들하고 다르다는 거에 대해서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가지고 계시다 보면 오히려 길이 보일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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